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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한 정확한 정리

거의 6개월에 가까운 고생 끝에 결국 어느정도 마음에 들고 조건에도 맞는 매물을 찾아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 모든 재화를 구매할 때 우리는 그 재화가 판매되는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재화에 결함이나 특별한 하자가 없는지 판단하고 구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인데 주택의 경우 우리가 살면서 구매하는 재화 중 가장 비싼 축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두가지 과정을 더욱더 신중하게 진행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6개월간 서울 전역을 임장하고 돌아다니면서 고생한 것은 사실 전자에 관한 것 이었고(예산, 거주 환경, 통근 등 다양한 제약조건 내에서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가진 아파트를 찾아내는 것) 막상 물건을 정하고 계약을 진행하려고 하니 후자와 관련된 것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몇천만원 짜리 자동차를 살 때에도 인수 직전 물건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데, 아파트의 경우 그것에 비해 몇십배 비싼 재화 이면서도 자동차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소들(토지, 건물, 인테리어, 샷시, 배관, 보일러 등)이 하나의 재화를 구성하고 있는데 오죽 하겠는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설의 상태가 양호할 확률이 높고, 해당 아파트를 시공한 시공사가 일정기간 ‘하자보수’ 기간을 보장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지만 우리와 같이 준공 후 20년이 넘는 ‘구축아파트’를 매수 할 경우 세월의 풍파에 따라 시설물의 상태가 악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상황에서 매수한 아파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두고 매도인과 매수인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이러한 분쟁의 상황에 대비하여 대한민국 민법 제 580조에서는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1)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75조(제한물권있는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1) 매매의 목적물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또는 유치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 매수인이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이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제582조(전2조의 권리행사기간) 전2조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민법 제580조, 제575조 제1항, 제582조

즉, 매매의 목적물(아파트)에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해당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매매 계약을 해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 조항은 무조건적으로 하자 발생 시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네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정당하게 성립된 매매 계약 이어야 함
  2. 매수인이 계약 시점에 해당 하자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어야하며, 매수인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는 인정되지 않음(즉, 매도인이 하자에 대해 계약시점에 미리 고지하고 매매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으며 하자에 대해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였으나 매수인측의 과실로 계약시점에 인지하지 못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음)
  3. 매수인은 하자를 인지한 날로 부터 6개월 이내에만 손해배상 청구 혹은 계약해제를 요구 할 수 있음(즉, 계약 시점이 기준이 아니고 하자를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임)
  4. 하자는 계약시점에도 존재하여야 함(판례 상, 계약 시점은 계약 체결일 뿐만이 아니라 계약의 최종 이행일인 잔금일 까지를 의미함. 잔금일 이후 매수인이 하자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 매수인은 적어도 잔금일 이전에도 해당 하자가 존재함을 입증해야 함)

인터넷에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면 특히 3과 관련하여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 할 수 있는데 – 가령 잔금일로 부터 6개월내 발생한 하자는 모두 매도인의 책임이라는 둥 – 이는 위에서 언급한 민법 조항만 잘 읽어보아도 잘못된 내용임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개업 공인중개사 분들도 잘못된 내용을 작성, 공유하여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유의가 필요하다.

하자 담보 책임과 관련한 계약서 상 특약 조항 관련

보통 노후한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중대하자의 경우 누수, 균열 등으로 발생 할 경우 비용이 크게 발생될 뿐만 아니라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웃간에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해당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고, 이로인해 보통은 매매 계약서 상 특약을 넣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매매 계약을 진행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고 정리를 해본 결과 정답은 ‘어차피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내용으로,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계약서에 기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통상 특약사항에 기입되는 내용들이 ‘중대하자가 발생할 경우 잔금일 이전에는 매도인 책임 잔금일 이후에는 매수인 책임'(이 경우 매도인이 발견하기 어려운 중대하자에 대해 잔금일 까지도 숨길 경우 매수인에게 불리함) 이라던지 ‘중대하자가 발생할 경우 잔금일로 부터 6개월까지는 매도인이 손해를 배상한다.'(이 경우 매수인의 과실여부나 계약 시점 하자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매도인이 배상하여야 하므로 매도인에게 불리함) 등 매도인이나 매수인 일방에 유리한 쪽으로 공평하지 않게 기입되는 경우가 많고(아마 공인중개사들이 분쟁 발생 시 책임 회피용으로 넣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 이렇게 공평하지 않게 작성된 특약은 어차피 큰 분쟁이 발생 하였을 경우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차피 법에서 정확히 정의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특약 내용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논쟁을 발생시키기 보다는 아예 관련 조항을 빼버리고 분쟁 발생 시 법적인 판단을 받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중대 하자를 대하는 매수인의 태도

결국, 하자 발생 시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과 관련하여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해당 하자가 ‘계약시점(판례에 따르면 계약체결일 뿐만이 아니라 계약의 이행 시점인 잔금일 까지)’부터 이미 존재 하는 하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사한 바로 다음날 갑자기 누수 등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다고 하여도 그 하자가 잔금일에도 존재한다는걸 입증하지 못한다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하자보증책임을 요구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결국 아래와 같이 잔금일 이전까지 꼼꼼하고 지속적으로 매수 대상 물건에 대한 하자를 점검하는 것이 매수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 매물 탐색 과정에서 첫 방문시 부터 집의 하자 유무에 대해 다방면으로 파악한다.(주요 하자 요소들에 대한 리스트를 미리 머리속에 담아두고 점검, 매도인 혹은 세입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자 유무 및 과거 히스토리 파악)
  • 계약서 작성일에 매도인에게 하자 유무와 하자 발생 시 책임에 대한 질문을 하며 그 답변 사항에 대해 녹음(분쟁이 발생하여 소송전에 이르게 될 경우 최소한의 안전 장치 확보, 본인이 대화에 참여하면 녹음이 불법이 아님)
  • 잔금일 잔금을 치르기전 주택의 최종 상태 확인하여 미리 고지되지 않은 하자 사항이 발견될 경우 매도인과 보상 협의
  • 잔금일 이후 만약 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하자의 전문가와 객관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계약 시점에도 존재하였을만한 하자로 판단될 경우 하자 발생 사실에 대해 매도인에게 내용증명 등을 통해 통보

결론 : ‘어차피 완벽한 보호장치는 없다.’

결국, 매수한 주택에서 하자가 발생하는 일은 실제로 존재 할 수 있고 구축 아파트라도 매우 비싼돈을 주고 구매해야하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하자가 발생 할 경우 보상 책임에 대해선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피곤한 책임 공방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떠한 경우에도 매도인 혹은 매수인 한쪽을 일방적으로 보호 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당사자인 매수자가 인터넷에 떠도는 카더라식의 정보나 공인중개사의 말을 일방적으로 믿기보다는 스스로 관련 조항에 대해 공부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여 하자 발생 시 리스크를 헷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내 편은 아무도 없고, 결국 모든 계약을 진행 할 때는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항상 연구하자” 오늘의 교훈.

(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며, 위 내용은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사항도 아닙니다. 부동산과관련된 모든 결정과 판단은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진행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