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Le voyage vers l'alcool - 술을 위한 여행

[싱글몰트 증류소 방문기 3] 피트 팬덤의 종착지 Ardbeg Distillery

스코틀랜드 여행 4일차만에 드디어 입성한 피트의 고향 아일라, 그 중에서도 전 세계 피트 위스키 러버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Ardbeg을 아일라섬에서는 유일하게 투어를 신청하고 참여 했다.

증류소 투어는 시작 장소에서 아드벡 10년 한잔을 맥이고 시작하여 일단 기분이 좋아짐ㅎㅎ가이드가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다니길래 저게 뭐길래 힘들게 들고 다니나 싶었는데, 투어 중간 중간 따라줄 위스키 바틀이었다.

가이드님 죄송하지만 아드벡 진짜 잘마시게 생기셨어요(아드벡 가이드한테는 칭찬이죠?)

역시 돈 많은 위스키 브랜드 답게(원래 글렌모린지 컴퍼니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글렌모린지가 모에-헤네시에 매각되며 함께 LVMH 소속) 증류소는 방문객 친화적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고 아드벡만의 독보적인 피트 풍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디테일한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벌써 세번째 투어에 참여 하다 보니 이때쯤 부터 설명은 대충 듣기 시작 했습니다..어차피 몰팅과 증류기를 제외한 위스키 제조 공정은 거기서 거기 제사보단 젯밥에만 관심 있을만 하죠..?)

투어의 백미는 마지막 증류소 앞 바닷가에서 아일라섬의 풍경과 아름다운 아드벡 증류소를 바라보며 마시는 아드벡 코리브레칸. 아마 아드벡 팬이라면 누그든 인생 최고의 아드벡 한잔으로 꼽지 않을까?

피트 위스키와 그 중에서도 아드벡을 최고로 여기시는 매우 고매한(?) 위스키 취향을 가지신 와이프 덕분에 아드벡 구경 잘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팬덤도 엄청 나고, 그만큼 머나먼 아일라섬까지 아드벡을 목적으로 오시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인지 증류소 마당의 푸드트럭이나 증류소 내부에 위치한 Bar 모두 매우 성업중이라서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천천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자연경관이 너무 좋기도 하고요.(최근 국내 증류조 브랜드 “화심주조”의 마스터가 여기 Bar에서 바텐더로 일했다고 스토리텔링하시던데,,, 실제로 가보면 바텐더가 있을만한 그런 Bar는 아닙디다(?) 그래도 아드벡 증류소에서 일하신건 맞겠죠 뭐…)

한줄평. 아드벡에서 마시는 인생 최고의 아드벡 한잔.

DDRescue를 이용하여 마이그레이션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HDD/SSD 복원

최근 가족이 운영하는 치과병원에서 치아 X-Ray 촬영 장비에 연결되어 있던 약 7년 정도 된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복원을 시도했다. 윈도우즈 운영체제 차원에서 계속하여 하드디스크가 손상되었으니 백업을 해야한다는 메세지가 표시되는 현상이었는데, 아마도 S.M.A.R.T. 검사 통과에 실패한 것으로 보였고 경험적으로 해당 검사에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조만간 하드디스크 데이터에 접근 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는 매우 안좋은 시그널이었기에 신속하게 집으로 가져왔다.

컴퓨터를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리(?) HDD가 아닌 SSD가 달려있었는데, 사용하던 데스크탑에서 SSD 가 부족하여 새로운 SSD를 구매 후 운영체제 까지 통째로 영혼까지 복제 해버리는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작업을 한두번 해본게 아니었기 때문에 쿠팡에서 WD의 보급형 SSD를 주문하여 마이그레이션 툴을 작동시키면 금방 고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Macrium reflect / Acronis / Clonezilla 등 하드디스크 복제를 위한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 중 가장 유명한 3종 세트를 다 동원해봐도 진행률 13%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복제에 실패 했다는 메세지를 표시하며 진행이 안되었다. Macrium을 기준으로 오류메세지는 아래와 같았다.

Clone failed – Error 0 – Read failed – 23 – Data error (cyclic redundancy check)
Error Code 23 – Data error (cyclic redundancy check)

Macrium reflect

그래서, 이 글은 Macrium reflect, Acronis true image, Clonezilla 어떤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으로도 복제하지 못하던 심각하게 손상된 SSD를 오픈소스 툴 GNU DDRescue를 통해서 복원해낸 이야기이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는 컴퓨터 시스템의 중요한 데이터 저장 장치로 사용되지만, 이들의 수명은 무한하지 않다.

HDD의 유한한 수명

  1. 기계적 마모: HDD는 회전하는 디스크, 이동하는 읽기/쓰기 헤드 같은 기계적 부품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런 부품은 지속적인 사용으로 인해 마모되고, 결국 고장날 수 있다.
  2. 물리적 손상 가능성: HDD는 충격이나 떨어뜨림과 같은 물리적인 힘에 취약하다. 이런 충격에 의해 내부 부품이 손상되면 드라이브가 작동을 멈출 수 있다.
  3. 열적 스트레스: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은 HDD의 부품을 약화시키고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SSD의 유한한 수명

  1. 셀 마모: SSD는 NAND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 NAND 메모리 셀은 현재 기술에서 제한된 횟수의 쓰기/지우기 사이클만 견딜 수 있으며, 이 한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2. 컨트롤러의 수명: SSD의 컨트롤러는 데이터의 읽기 및 쓰기 작업을 관리한다. 이 컨트롤러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열적/전자적 손상에 따라 결국 고장날 수 있다.

결국 HDD/SSD 든 유한한 수명을 가지고 있고, 언젠가는 고장이 난다는 말인데 이번에 고장난 컴퓨터와 같이 쓰기 작업이 빈번한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SSD의 경우 그 수명은 생각보다도 훨씬 짧다. 그나마 읽기라도 가능한 상태라면 새로운 SSD를 구매하여 복제를 하면 되겠으나, 이번과 같이 정상적인 읽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 조금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DDRescue에 관하여

DDrescue (GNU ddrescue)는 데이터 복구 도구로, 손상되거나 오류가 발생한 드라이브에서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사용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이 정교하게 작동한다. chkdsk 등으로도 복구가 안되는 하드디스크들에 대해서되 최선의 결과를 보장한다.

  1. 선형 복구: DDrescue는 처음에 디스크의 데이터를 선형적으로 읽는다. 즉, 시작 부분부터 순서대로 데이터를 읽어 들인다. 이 단계에서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은 영역을 대상 디스크로 빠르게 복사한다.
  2. 오류 처리: 오류가 발생하는 영역을 만나면, DDrescue는 그 위치를 기록하고 건너뛴 후 다음 영역의 복사를 계속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복구 과정 자체가 디스크에 추가 손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디스크의 오류가 적은 부분부터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
  3. 역방향 접근: 초기 스캔이 완료된 후, DDrescue는 오류가 발생한 영역을 역방향으로 접근하여 다시 시도한다. 이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 분할 및 정복: 오류가 발생한 영역에 대해서는, DDrescue는 ‘분할 및 정복’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오류가 발생한 영역을 더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을 개별적으로 처리하여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복구하려고 시도한다.
  5. 재시도: DDrescue는 설정에 따라 오류가 발생한 영역을 여러 번 재시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복구될 수 있다.
  6. 로그 파일 사용: 복구 과정에서 DDrescue는 로그 파일을 사용하여 진행 상황을 기록한다. 이 로그 파일 덕분에 복구 과정을 중단했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아니라 이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DDrescue의 이러한 정교한 알고리즘은 특히 물리적으로 손상된 드라이브 또는 불안정한 드라이브에서 새로운 디스크 드라이브로 데이터를 복제/복구하는 데 유용하다.

DDRescue 사용 방법

1단계: 도구 준비

  • DDRescue: 리눅스 기반의 데이터 복구 도구
  • 새 SSD 또는 다른 저장 장치: 손상된 디스크에서 복구된 데이터를 저장할 장치(원본 손상디스크와 같거나 더 큰 용량 권장)
  • 부팅 가능한 리눅스 라이브 CD 또는 USB: 손상된 디스크에 저장된 운영체제를 통해 부팅 할 경우 해당 운영체제가 디스크를 사용하면서 손상된 디스크의 상태를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리눅스 환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팅 가능한 리눅스 미디어가 필요하다.

2단계: 리눅스 라이브 환경 구축

  1. 리눅스 라이브 CD나 USB를 사용하여 컴퓨터를 부팅합니다.(부팅가능한 리눅스를 구축하는 방법은 검색엔진을 활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패스)
  2. 필요한 경우, 인터넷을 통해 DDRescue를 설치합니다. 대부분의 리눅스 배포판에서는 패키지 관리자를 통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Ubuntu, Debian 및 Linux Mint에 ddrescue를 설치하려면
$ sudo apt install gddrescue

Fedora, CentOS, AlmaLinux 및 Red Hat에 ddrescue를 설치하려면:
$ sudo dnf install ddrescue

Arch Linux 및 Manjaro에 ddrescue를 설치하려면:
$ sudo pacman -S ddrescue

3단계: 손상된 SSD와 신규 SSD 연결

  1. 부팅 이전에 손상된 SSD와 신규 SSD를 컴퓨터에 연결한다.
  2. 드라이브 식별자 확인 : 리눅스에서는 일반적으로 lsblk 명령어를 통해 드라이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단계: 복구 프로세스 실행

  1. 터미널을 열고 DDRescue 명령어를 실행합니다. 기본 형식은 다음과 같다.
    sudo ddrescue -d -r3 /dev/sdx /dev/sdy /path/to/logfile.log
    여기서 /dev/sdx는 손상된 드라이브, (lsblk 명령어로 확인)
    /dev/sdy는 데이터를 복구할 대상 드라이브, (lsblk 명령어로 확인)
    /path/to/logfile.log는 로그 파일의 경로이다.
  2. -r3 옵션은 DDRescue가 오류를 3번까지 재시도하도록 지시합니다. 이는 복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3보다 높은 숫자를 입력하면 더 많은 횟수를 시도하지만, 어차피 3회를 넘어서는 횟수를 시도한다고 복구확률이 높아지지 않을 뿐더러 숫자를 올릴 수록 복구를 완료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3을 추천한다.

5단계: 복구 상황 모니터링

  • DDRescue는 복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오류가 많은 영역에서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6단계: 복구 완료 후 확인

  • 복구 프로세스가 완료되면, 손상된 SSD를 대신하여 복구된 SSD 를 해당 위치에 장착 이후 부팅을 시도하거나, 혹은 부팅 드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복구된 신규 SSD 파일시스템에 접근하여 복구된 데이터를 확인한다.

결론

이 방법을 통해 나는 어떠한 SSD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으로도 복제가 불가능하던 SSD을 복제와 함께 데이터 역시 대부분 복원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심지어 복구된 SSD로 부팅 결과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듯이 윈도우즈 운영체제가 동작) 다만 하드디스크의 손상 정도와 상황에 따라 복원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보니 모두가 나와 같이 성공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DDRescue는 무료 소프트웨어이지만, 정교하게 작동하고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특히 SSD가 손상되어 새로운 SSD로의 마이그레이션과 함께 데이터 복원도 안전하게 해내고 싶다면. (리눅스를 다룰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이게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싱글몰트 증류소 방문기 2] 전설의 위스키의 언덕 Springbank Distillery

21년-23년 전 세계적인 싱글몰트 열픙 속에서도 가장 높이 떡상하여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스프링뱅크.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스프링뱅크의 팬은 아니었지만 이번 스카치 여행을 준비하면서 스프링뱅크 스토리에 매료되어 종국엔 가장 방문을 고대하던 증류소가 스프링뱅크였다.

그렇게 오로지 스프링뱅크만을 위해 시작된 깡시골행

스프링뱅크는 캠벨타운이라는 아일라섬 건너편 바닷가마을에 위치하고 있는데, 글래스고에서 정-말 멀고(운전으로 4시간 정도) 관광과는 거리가 먼 작은 마을이었다.

플로어 몰팅의 현장, 각기 다른 기둥 색깔은 스프링뱅크 정규 라인업들을 상징한다

5대째 가족 경영 하고 있고, 몰트를 발아 시키는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부터 병입까지 위스키 제작의 전 과정을 스프링뱅크 증류소 안에서 100% 직접 컨트롤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전 세계적인 수요를 생각하면 현실과 타협하고 몰트 정도는 받아 쓸 만도 할텐데 끝까지 지고지순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스프링뱅크를 더욱 위대하게 만든다.

몰트를 건조 할 때 사용하는 피트(Peat, 이탄) 실물
몰팅을 위한 화로, 여기서 태운 피트의 향이 몰트에 스며든다.

투어 과정은 어느 증류소 보다도 개방적으로 운영된다. 증류기 등 일부 영역에서의 촬영을 금지하거나, 디테일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 버리는 다른 증류소들과는 달리 모든 공정을 공개하고 심지어 표지판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안내하고 있다. 뭘 그렇게 대단한 비밀이라고 숨기냐? “제대로된 위스키는 이렇게 만드는거야..” 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랄까.

당화조
상대적으로 앙증맞은 목을 가진 스프링뱅크 증류기

한 시간 남짓의 증류소 투어 이후 이어지는 시음 시간. 스프링뱅크 10yrs, 롱로우, 킬커런 중 각자 취향에 맞는 걸 한잔 골라서 마셔 볼 수 있고 전용잔과 증류소 한정판 미니어쳐 보틀을 선물로 준다.

숙성 전의 영 스피릿. 한잔 마셔보고 싶은..
시음 가보자고.

시음 장소와 바로 연결된 the washback bar에서는 스프링뱅크와 롱로우, 킬커런, 헤즐번의 라인업 위스키를 시음 해볼 수 있는데 국내 기준으론 전부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에 마셔볼 수 있다.(스프링뱅크 10, 12CS, 15, 18 flight 4잔이 25파운드= 4만원!!)

다시 봐도 아름다운 가격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지요 ㅋㅋㅋ

현장에서 기념품과 바틀도 판매하는데, 스프링뱅크 정규 라인업도 국내 시장가에 비해 저렴한편이지만 증류소 한정으로 싱글 캐스크에서 직접 추출한 바틀을 판매 한다는 점(캐스크에서 직접 샘플링된 것들이라 모든 병이 라인업, 캐스크, 숙성년도가 다르고 시중에 유통되는 어떠한 스프링뱅크 보틀과도 다르다)이 정말 팬들 눈돌아가게 하는 포인트 다. 구매하면 이력관리를 위해 구매자 명부에 기록되고 보틀에도 이름을 적어준다.

매일 리필이 되는 것 같긴하지만, 좋은 보틀을 챙기려면 오픈런을 추천한다.

비록 private cask는 못사도 나만의 스프링뱅크 private bottle은 한병씩 마련 할 수 있자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두병이나 사게 해준 고마운 와이푸

재판매 방지를 위해 1인 1주 1병만 구매 가능하다는데, 우리도 정신 차려보니 인당 한병씩 사버렸다는.(한국가서 팔면 여행경비 충당 가능?ㅋㅋ)

한줄평. 위스키 덕후라면 꼭 가봐야할 그 곳. 전 세계 덕후들이 열광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진짜루.

[싱글몰트 증류소 방문기 1] 기러기의 골짜기 Glengoyne Distillery

이번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처음으로 들른 증류소, Glengoyne

게일어로 기러기 골짜기를 의미라는 Glengoyne. 수도 에든버러에 이어 스코틀랜드 제 2의 도시인 글래스고에서 20km 남짓, 하이랜드와 로우랜드의 경계에 위치한 증류소

설명과 같이 Glengoyne의 증류기는 목이 매우 길다

LVMH 같은 대기업 소속이 아니기도 하고, 다른 유명한 싱글몰트 브랜드들 처럼 매니악한 스토리텔링도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현지에서는 그래도 정석에 가까운 하이랜드 위스키로 존재감이 있는 듯.

“The Slowest Stills In Scotland”

증류소 투어는 생각보다 겉핡기 식으로 진행되어 디테일을 듣진 못했지만 다른 증류소와 구분되는 특징을 꼽자면 피트 사용 0%, 목이 길어 천천히 증류되는 pot still, 증류는 하이랜드에서 숙성은 로우랜드에서 한다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글렌고인 증류소의 보물 창고, No.1 Warehouse
비록 철창 밖에서만 볼 수 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진귀한 Cask들
그 와중에 롯데 칠성 캐스크. 국내 유통을 롯데 칠성이 담당하다보니 아마 한정판 발매 등을 위해 구매한게 아닐까?
증류소 주변의 자연경관이 대단했다.

위스키의 맛른 위 특징에서 예상가능한 맛 섬세하고 부드러운 균형잡힌, 과일과 오크의 풍미. 마치 발렌타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 아마 롯데 칠성이 국내 유통 계약을 한 것도 모난곳 없이 한국인들이 좋아할 풍미라서가 아닌가 싶다(하지만 국내 인지도는 꽝인듯)

한줄평. 글래스고에서 가깝고 투어 프로그램도, 위스키의 맛도 라이트 하기 때문에 글래스고를 여행한다면 한번쯤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증류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덤!

Prologue – 렌터카 타고 떠나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여행 / 스코틀랜드 운전팁

결혼식 때 신혼여행지로 눈독 들였지만, 코로나19의 압박과 체력적인 문제로 포기했었던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여행을 결혼 1주년을 맞이하여 다녀왔다.

여행 기간은 2023년 8월 19일 ~ 8월 29일. 앞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하며 앞에 이틀을 카타르 도하에서 스탑오버하며 호캉스로 보낸 것을 제외하면 약 일주일 남짓.

동행한 아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스코틀랜드 여행을 결심한 목적의 (거의) 전부가 스카치 위스키, 그 위스키를 만드는 증류소를 내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었고 위스키 증류소는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도 외진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렌트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였다.

각 증류소 방문 후기는 추후 틈틈이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다루겠지만, 우선은 이번 여행의 전체적인 경로와 함께 국내 인터넷 상엔 정보가 많이 없는 스코틀랜드 렌트카 여행 및 운전에 대한 개요 + 간단한 팁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허츠(Hertz) 렌터카 에든버러 공항점 & 차량 정보

  • 스코틀랜드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에든버러(Edinburgh)에서 Hertz 렌터카를 빌릴 수 있는 곳은 에든버러 공항점 뿐이다.
  • 예약의 경우 후불 지불 옵션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허츠 딜러(?) 중 하나인 여행과 지도 를 통해 예약 하였으며, 예약 단계에서는 오토매틱 KIA CEED 선택하여 신청하였으나, 동일 그레이드 내에 하이브리드 차량인 토요타 코롤라로 수령했다.
  • 첫 이틀은 차 없이 에든버러 시내 여행하다가, 다시 공항로 이동하여 렌트 진행하였는데 대기 시간이 극악이라는 허츠 에든버러 공항점 구글 리뷰가 무색하게, 약 10분 정도 대기 이후 바로 차량 수령 가능하였다.
  • 허츠 골드 멤버쉽이고 계정에 등록된 결제 정보 등에 문제가 없으신 경우 더빠른 차량 수령도 가능 했을 것으로 보이나, 나는 허츠 계정에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가 만료되는 바람에 렌트일 오전에 사전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확인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소요 되었다.
  • 에든버러 공항점 직원들도 대체로 명확하게 소통되며 사전 예약시 선택한 슈퍼커버 옵션 이외에 추가 옵션에 대한 가입 강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 다만, 사전 연료 구매 옵션에 대해선 설명해주기 때문에 반납 시 주유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려면 사전 연료 구매 옵션을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영국/스코틀랜드의 우핸들 좌측통행 운전 난이도

오랜만에 접하는 우핸들 좌측통행(대략 3~4년전에 일본 후쿠오카와 유후인/뱃부 지역에서 1000km정도 운행 경험이 있었음) 대략 일주일 동안 아일라 섬을 포함한 1300km 에 달하는 운전거리가 걱정이 되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작은 사고 하나 없이 잘 여행 마쳤다.

여행 구간

  • 에든버러(Edinburgh) ~ 글래스고(Glasgow) ~ 캠벨타운(Campbeltown) ~ 아일레이(Islay – 페리로 이동) ~ 오반(Oban) ~ 테인(Tain) ~ 스페이사이드(Speyside) ~ 에든버러(Edinburgh) / 총 주행 거리 약 1300km

운전 후기/스코틀랜드 운전 팁

  • 인터넷 상에서 스코틀랜드나 영국 운전 검색하면 가장 악명 높은 것이 좁은 2차선 도로, 회전 교차로인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 두개 정도 이고 많은 분들이 어렵다 힘들다 등 겁을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한국에서 충분한 운전 경력을 가진 분들이라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면 거의 적응이 되는 수준이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을 듯 하다.
  • 도로 사정이 양호한 대도시 제외하고 특히 스코틀랜드 여행하시는 분들 한정으로 워낙 외진 곳들이 많다보니 도로 팟홀은 주의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외진곳이더라도 주변 차량 흐름을 고려하여 운행하다보면 꽤 고속으로 주행하게 되는데(보통 외진 시골길이더라도 제한 속도가 60MPH인 경우가 대부분) 고속 주행 하다가 팟홀 잘못 밟으시면 바로 타이어 펑크나 휠 손상이 발생 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항상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팟홀이 등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전방 노면을 살피시면서 운행하시면 좋을 것 같다.
  • 가로등이 없는 좁은 도로가 많으므로 가급적 밤 운전은 하지 않도록 일정을 세우는게 필요하다. 가로등이 없는건 둘째치더라도 길 주변에 야생동물이 워낙 많아서 로드킬 및 그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항상 존재 한다.(하루에도 로드킬된 다람쥐, 노루, 새 사체를 수십번 목격)
  • 허츠 렌트카는 페리 탑승에 대한 제한 규정이 별도로 없었지만, 렌터카 업체에서 페리 탑승 불가라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하다. 아마 아일레이 혹은 스카이, 아란 등 이동 하실 때 대부분 칼레도니안 맥브레인(Caledonian MacBrayne)이라는 회사에서 운행하는 대형 페리를 탑승할텐데 차량을 별도로 결속하는 장치가 없을 뿐더러 그냥 주차브레이크 체결 하는 수준으로 배를 타고 이동 하기 때문에 차량이나 휠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 주유는 영국 내 대형 마트체인인 Tesco 에 딸려 있는 주유소를 활용하면 접근성도 좋을 뿐더러 가격도 평균대비 저렴 하다. 다만 해외 신용 카드의 경우 기계에서 결제(Pay at pump)가 안되고, 주유 먼저 진행하고 카운터에가서 결제해야 한다. 어차피 테스코를 제외하고 로컬 주유소는 대부분 카운터 결제로 진행한다.
  • 스코틀랜드의 환상적인 자연경관도 담을 겸, 블랙박스도 대체할 겸 고프로 같은 액션캠 + 차량용 거치대 + 고용량 SD카드(최소 256gb * 2장이상) 챙겨 가시면 좋다.

렌트 차량 후기 – 토요타 코롤라 하이브리드(Toyota Corolla Hybrid)

  • 하이브리드에선 정상급 기술력을 자랑하는 토요타 답게, 최강의 연비를 보여준다. 휘발유 리터당 24km 이상. 하이브리드 차량은 보통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는 시내 주행이 더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구불구불한 도로와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는 스코틀랜드 시골 도로 환경에서도 충분한 효율을 보여주었다. 영국의 유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그다지 싸지 않으므로, 장거리 주행이 예정되어 있다면 렌트 시점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요청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실내 공간은 협소하고 모든게 필요한 정도로만 맞춰져 있는 전형적인 일본차 느낌. 트렁크는 그래도 26인치/28인치 수트케이스 2개를 넣으면 딱 꽉차는 정도
  • 무선 애플 카플레이 지원. 국산차 외제차를 막론하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 지원에 인색한 국내 판매 차량들과 달리 저가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써보면 신세계다.
  • 주행과 실용성 측면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다소 시끄럽고(노면소음과 풍절음 극악) 가속 성능이 떨어져서 고속주행 중 변수가 빈번한 스코틀랜드에선 가끔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풀악셀 밟아도 딱히 변화가 없는..체감상 130마력대 이하 차량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차량 안 메뉴얼을 살펴보니 122마력이었다.)

방문했던 위스키 증류소

  1. 글렌고인(글래스고 근처)
  2. 스프링뱅크(캠벨타운)
  3. 라프로익(아일레이)
  4. 라가불린(아일레이)
  5. 아드벡(아일레이)
  6. 보모어(아일레이)
  7. 오반(오반)
  8. 글렌모린지(하이랜드-테인)
  9. 글렌피딕(스페이사이드)
  10. 맥켈란(스페이사이드)
  11. 글렌알라키(스페이사이드)

다음글에선 위 증류소들에 대해서 각각 방문 경험에 대해서 써볼 예정!

아무튼 스코틀랜드의 자연경관이나 증류소 탐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너무 걱정하지말고 렌트카 여행해 도전해보길 추천드리면서, 마무리.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2편

이 글은 아래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1편

약 1시간 남짓의 와이너리 투어가 끝난 이후 시작된 와인 시음 및 점심 식사 시간. 자리마다 세팅되어 있는 와인잔을 보며, 얼마나 많은 와인을 서브해줄까 기대하게 되는 시간

오늘 마시게될 와인 들. 왼쪽 부터 차례로 산지오베제를 이용해 만든 로제 스파클링 / 가장 기본적인 라인업인 베라짜노 끼안띠 클라시코 / 좀 더 엄격한 규정으로 생산된 고품질 와인이라고 볼 수 있는 리제르바(Reserva) / 최상급 이라고 볼 수 있는 그랑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역시 술은 이렇게 동일한 계열의 제품들을 등급에 따라 버티컬 테이스팅 해봐야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는 법. 기본 라인업과 리제르바, 그랑 셀레지오네 모두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높은 등급으로 갈 수록(즉, 비쌀 수록) 맛과 풍미의 깊이가 미묘하게 달라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조리기법 보다는 원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 토스카나 지방의 요리 스타일을 잘보여주는 빵. 질좋은 올리브유와 잘 구운 빵이면 왠만한 전채 요리 못지 않다.

이어서 준비되는 이탈리안 샤퀴테리 플레이트와 치즈. 대부분 와이너리 근처에서 직접 생산되는 제품들이라고 하며, 모두 맛이 좋았지만 돼지 전지 혹은 목살로 추정되는 생햄의 맛이 인상적이었다.(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가운데)

역시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최대화 시키며, 조리의 방식에 있어서는 심플함이 돋보이는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 특별할 것 없는 요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 토마토가 가지는 깊은 감칠맛에 다시 한번 감탄(이탈리아에서 토마토 먹다가 한국의 토마토를 먹으면 너무 싱겁다…)

숯불에서 구워진 오늘의 단백질. 폭립과 초리조, 구운 감자의 조합으로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끼안띠 클라시코와의 페어링이 최상이었다.

와이너리 투어 마지막에 구경했던 진짜 발사믹도 한 스푼. 슬슬 식사의 마무리 단계로 나아간다.

찐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제공된 오늘의 디저트. 다소 투박한 이탈리아 스타일의 비스코티와 과일 타르트. 사실 이쯤되니 취기가 오르기도 하고 배도 불러서 ㅎㅎ 절반은 남긴듯.

마지막엔 그라빠도 한잔. 그라빠는 와인을 만들고 난 후 남은 과육, 껌질, 씨앗, 줄기 등의 포도 찌꺼기(Pormace)로 만든 이탈리아 고유의 증류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식후 주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높은 알콜 도수에 비하여 투명한 색깔과 브랜디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즐거웠던 식사 시간.

마지막으로 오늘의 식사 장소 풍경. 커플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듯 했고, 음식이 모두 제공된 이후에도 각자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다가 일어나면 되는 시스템이라서 좋았다.

포도 밭 중간에 위치한 베라짜노 농가 민박 장소의 아름다운 정원

이렇게 와이너리 투어와 식사가 끝나고, 약간은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숙박 장소로 향했다. 베라짜노 와이너리 초입에 위치해있는 이곳 숙박장소에 체크인 하기까지 베라짜노 담당 직원가 만나지를 못하여 사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0여분 만에 어찌저찌 체크인 성공. 숙소 앞의 아름다운 정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정원에 앉아서 잠깐의 여유도 누려 본다. 건너편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또다른 성. 아마 저곳도 지금은 와이너리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숙소 외관. 오래된 이탈리아 농촌 주택을 게스트 숙박용도로 개조한듯하다. 현대적인 시설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우리가 하루동안 묵을 숙소 내부. 객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청결했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건조한 토스카나 지방 기후 특성 상 천장 실링팬만 켜놔도 충분히 시원했다. 침구 역시 잘 정리되어 있었고 베라짜노 와인 하프바틀 한병과 와인잔도 제공된다.

건물에 다른 숙박객들도 있긴 했지만,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고 준비되어 있는 객실들에 비해 투숙객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일정에 여유가 된다면 며칠동안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 다만, 주변이 정말 시골이고 베라짜노 와이너리 역시 투어에 포함된 식사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식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녁 식사 등은 2~3 km 떨어지 근처 마을까지 직접 이동해서 해결 해야한다는 점은 참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호텔은 아니지만 조식도 제공 된다. 로컬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유제품과 베이커리, 계란 등. 대단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지만, 진짜 이탈리안들의 아침식사 같은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베라짜노 와이너리 투어를 마쳤다. 사실 근방의 안티노리나 끼안띠 지방의 유명한 와이너리 들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이지만, 와이너리 투어와 그에 포함된 식사 및 농가 민박 경험까지 포함하면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곳이라 생각된다. 다음에 끼안띠 지역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1편

작년 5월 결혼식을 마치고 이탈리어로 떠났던 허니문 여행. 결혼식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먹고 마시는 것엔 진심인 커플이 미식과 와인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와이너리 투어 만큼은 제대로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이탈리아 숙박 일정중 하루를 이탈리아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토스카나 와이너리에 배정하기로 결정 하였다. (사실 운전 걱정 없이 와이너리 투어에서 와인 실컷 마시려고) 토스카나 지방에서 숙박이 가능한 와이너리는 몇군데가 있었는데, 예약이 어렵거나 너무 비싸거나(반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위치와 예산이 합리적인 곳을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끼안띠(Chianti)지방의 그레이브(Greve) 에 위치한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i Verrazzano)“ 와이너리에서 투어 및 숙박을 하기로 결정 하였다.

와이너리 초입에 위치한 숙소

베라짜노 와이너리 투어와 숙박은 별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예약을 진행하면된다. 베라짜노에서의 숙박은 Agritourism 이라는 명칭으로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흔히 ‘농가숙박’으로 알려진 형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탈리아의 여느 와이너리들 처럼 산 비탈을 따라서 실제로 경작 중인 와이너리 소유의 포도밭이 형성되어있는데, 그 비탈 초입에 실제 과거에 포도밭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법한 아담한 주택이 위치하고 있다.

역시 모든 와이너리 투어의 시작은 역사 설명 부터 ㅎㅎ

베라짜노 와이너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 비탈 위에 있는 성(Castello = Castle)이었으며, 그 옛날 에르투아인 시절 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Verrazzano라는 이름은 7세기에 이 성을 소유하게 된 Verrazzano 가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현재는 Cappellini 가족이 성을 소유하고 있지만 1150년경 부터 와인을 양조해온 전통을 존중하여 현재까지도 Verrazzano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해왔다고 한다.

비탈을 따라 형성된 포도밭

투어 초반부에는 비탈을 따라 형성된 광활한 포도밭을 바라보며 포도 농사에 대해 설명하는데, 굳이 가이드의 열정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잘 관리된 포도밭의 모습과 환상적인 날씨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역시나 좋은 포도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떼루아의 힘)

와이너리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코르크 장식물
끼안띠 클라시코에만 부착 할 수 있는 ‘검은 수탉’ 로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대부분은 그 유명한 ‘끼안띠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이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이탈리아 3대 와인 산지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대표격인 레드 와인이며, 끼안띠 클라시코는 끼안띠 와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제조 기준(품종, 제조방식, 숙성 기간 등)과 전통의 방식을 보존한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1932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인증을 받은 최초의 와인이기도 하다.

열일 하시는 베라짜노 가이드

포도밭 구경을 마친 이후엔 성 안쪽의 와인 숙성고(셀러) 쪽으로 이동하여 먼저 베라짜노가 가지고 있는 포도밭의 토양 특성, 기후 등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언덕의 고도에 따라 토양의 특성이 달라지고 기후 역시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포도 농사를 짓는다고. 끼안띠 클라시코의 주 재료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산미가 높은편이고 중간 이상의 타닌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DOCG를 통해 인증된 끼안띠 클라시코의 생산자들

다음은 와인의 생산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와인 발효조들이 위치한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많은 내용들을 설명 해주었지만, 결국 전통 방식에 대한 집념과 품질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는 설명이었다. 베라짜노가 유명한 생산자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끼안띠 클라시코 인증을 받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수많은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샴페인이라는 분류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듯,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끼안띠 클라시코를 선택한다면 적어도 실패는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라짜노에서는 와인뿐만이 아니라 전통 방식으로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한 발사믹 제품도 생산한다. 전통 방식의 발사믹은 최소 12년 이상 숙성 시키는게 원칙이기 때문에 매년 증발로 인한 엔젤스 쉐어가 많은 편이고 그래서 증발 기간에 따라 보통 오크통의 사이즈를 줄여가며 숙성한다고 한다.(그래서 왠만한 와인보다도 제대로 만든 발사믹이 더 비싸다)

여기까지가 투어였고, 글이 너무 길어지니 투어 이후 시음&식사와 숙박편은 2편에 이어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2편

Django (1215, ‘cannot add foreign key constraint’) 오류 해결

이미 만들어진 Django 프로젝트의 ORM을 새로운 데이터베이스(DB)에 migration 할 때 종종 접하게 되는 대표적이 오류가 django.db.utils.IntegrityError: (1215, ‘Cannot add foreign key constraint’) 오류이다.

그 의미를 해석하자면 말그대로, ORM을 DB로 옮기는 과정에서(주로 Table을 생성하거나 수정) foreign key 제약 조건을 추가하는 작업을 DB 단에서 수행하지 못하였다는 뜻

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아래와 같이 두가지 경우가 실무단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이다.

Django ORM에서 Foreign key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Model들이 DB 상에서 서로 다른 Collation을 가지거나 Engine을 가진 Table로 표현된 경우

MySQL/Aurora 기준으로 서로 다른 Engine(InnoDB, MyISAM 등)이거나 테이블에서 사용하는 문자열 인코딩을 의미하는 Collation이 서로 다르거나 할 경우, 그 두개의 테이블을 Foreign Key 관계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다.

일반적인 경우에 같은 DB Scheme 아래에서 서로 다른 Collation이나 Engine을 가지는 테이블이 생성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어떠한 사유에 의해서건 테이블의 Engine을 변경하였거나 Collation을 변경하여 Foreign Key로 연결된 테이블간에 서로 다른 Engine/Collation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며 확인 후 다른 부분이 있다면 동일한 Engine/Collation으로 통일하여 테이블들을 변경하거나 다시 생성하면 해당 문제가 해결된다.

Django App(Model) 간 Circular Import Dependency가 존재하는 경우

INSTALLED_APPS = [
    'membership',
    'posts',
]

Django 프로젝트 내에서 위와 같은 App 이 존재하고 가정했을 때, 아래와 같이 각 App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는 형태로 설계가 되어 있다면,

  1. membership/models.py에서 from posts.models import Post를 선언
  2. 파이썬 인터프리터는 위 구문에 따라서 Post를 import하기 위해서 post/models.py로 갔더니 from membership.models import Member라는 구문 만나게 된다.
  3. 파이썬 인터프리터는 2의 구문에 따라 다시 membership/models.py로 가서 다시 from posts.models import Post 를 마주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무한히 참조하는 루프에 빠지게 된다.

어떤 App에 속한 Model 정의가 채끝나기도 전에 다시 해당하는 App 자신이 참조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 모델에서 ForeignKey 필드를 선언 할 때, 참조할 대상 클래스를 직접 넣는 대신 model의 이름을 string 형태로 아래와 같이 직접 넣는 형태로 작성하면 해결이 된다.

이 방법 대신,

from posts.models import Post

class MemeberLike(models.Model):
    user = models.ForeignKey(Post, on_delete=models.CASCADE)

아래와 같이.

class MemeberLike(models.Model):
    user = models.ForeignKey('posts.Post', on_delete=models.CASCADE)

하지만, 이렇게 작성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할 수 있으니 이미 작성된 Django Project 바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에 DB migration을 최초로 진행 할 때이다. Django는 Migration을 진행 할 때INSTALLED_APPS 에 입력되어 있는 App의 Model들을 순차적으로 DB 상의 테이블로 생성 하는데, 테이블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Circular Dependency가 존재하다보니 아직 존재하지 않는 테이블을 Foreign Key로 참조하는 Model들이 발생하고 그 Model들이 발견되는 즉시 1215, ‘cannot add foreign key constraint’ 에러를 출력하며 Migration 작업을 중단하게 되는 것 이다.

이 경우에 대한 해결책 역시 생각보다 간단하다. Migration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App의 Model 들을 확인하고 Circular Dependency가 존재하는(즉, 위의 예시에서와 같이 Foreign Key 필드 정의 시 대상 모델의 이름을 클래스 대신 string 형태로 넣은) 모든 필드를 주석 처리하고 migration을 진행 한 이후에 성공적으로 첫번째 migration이 완료되어 원래 Foreign Key 필드에서 참조하려는 모든 Model들의 테이블이 정상 생성된 이후에 주석을 다시 해제하고 makemigrations 명령어 이후 다시 migrate 명령어를 통해 migration을 진행 하는 것.

이렇게 진행 할 경우 과정 상으로는 Foreign Key에서 참조 대상이 되는 모든 Model의 테이블이 생성된 이후에, 해당 테이블을 참조하기 위한 Foreign Key 필드가 추가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Django 의 migrate 명령어를 통해서 오류 없이 정상적인 migration이 가능해진다.

랭스(Reims) 샴페인 와이너리 / 셀러 투어 방문기 2-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그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의 입구

떼땅져에서의 즐거운 투어를 마치고, 근방의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과 점심을 먹고 오후 두시반으로 예약된 뵈브 클리코의 셀러 투어를 위해 이동 했다. 뵈브 클리코의 경우 앞서 투어에 참여했던 떼땅져보다 랭스 시내에서 남쪽으로 5~10분거리 더 떨어져 있다.

뵈브 클리코는 돔페리뇽, 모엣샹동과 함께 흔히들 말하는 세계 3대 샴페인으로 불리는 샴페인 브랜드이다. 애초에 전국/세계 N대 라는 식의 표현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지만(그런 표현의 기준이 무엇인지 당최 알수 없다), 샴페인의 경우 약 120여개의 샴페인 메이커 중 상위 20여개의 샴페인 메이커가 전체 생산량의 70%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뵈브 클리코는 생산/판매량 기준으로 최상위에 속하는 브랜드이다.

뵈브클리코는 지금은 명품 재벌(?) LVMH에 인수되어 모엣샹동, 돔페리뇽과 함께 LVMH 산하에서 운영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투어 시작 전부터 LVMH의 브랜딩 파워(?)와 자금력을 체감 할 수 있었다. 투어 장소 전체가 뵈브 클리코 특유의 Yellow Label 색상을 테마로 하여 포인트있게 잘 꾸며져 있었달까.

내가 예약한 영어 투어 예정시각인 오후 2시반이 다 되도록 대기장소에서 아무도 만날 수가 없어, 혹시 장소를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며 데스크에 다시 문의를 했는데 알고보니 나와 동시간대 투어를 예약한 단체 손님(아마도 영국에서 가족 여행 오신 분들인듯)이 지각을 하는 바람에 나와 가이드 단둘이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어색함은 나의 몫)

길고긴 샴페인 숙성 동굴

앞서 방문한 떼땅져와 비슷하게 뵈브 클리코 역시 백암(Chalk) 암반 밑으로 펼쳐진 넓디 넓은 샴페인 숙성고를 가지고 보유하고 있었고, 각 샴페인 숙성고는 과거 백암 체굴을 위해 굴뚝 모양으로 다듬어진 모양새였다. 오늘의 투어 가이드에게 떼땅져 투어를 이미 다녀왔다고 말했더니, 떼땅져와 유사한 숙성고 이지만 그 규모는 자기네가 훨씬 크다고. 숙성고의 총 길이가 25km 정도로 랭스지방에선 가장 넓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뵈브 클리코가 이 숙성고에서 숙성과정을 거친다고, 너가 마셔본 모든 뵈브 클리코 bottle이 여기서 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 규모를 짐작 해볼 수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뵈브 클리코의 원래 이름은 ‘뵈브’ 클리코가 아니였다고 한다. 원래는 샹파뉴 지역에서 직물 유통업을 하던 필립 클리코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필립 클리코는 직물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했고 와인 생산업은 부업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 같은 지역의 니콜라 퐁샤르당이라는 사업가 역시 직물 사업을 했는데, 이 둘이 친분이 두터웠는지 가 자녀들을 결혼시키면서 사업적 제휴관계도 발전 시켜왔다. 그래서 니콜라 퐁샤르당의 딸 바르브-니콜 퐁샤르당과 필립 클리코 가문의 프랑수아 클리코가 결혼했는데, 당시 바르브-니콜 퐁샤르당은 겨우 21살이었다고 한다.

결혼 후 아들 프랑수아는 사업을 잘 번창시켜 나갔고 그래서 아버지 필립은 아들에게 경영을 물려주고 은퇴했다. 특히 처음에는 주력이 아닌 부업 정도였던 와인 생산 쪽이 프랑수아가 경영을 맡으면서 사업이 잘 되어서 오히려 주력 사업 으로 올라설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6년 만에 남편이 갑자기 앓기 시작하더니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며칠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 바람에 퐁샤르당 여사는 27살의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그래서 브랜드에 ‘미망인, 과부’라는 뜻의 뵈브(Veuve)가 붙은 것.

퐁샤르당 여사는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편이 일구어온 와인 사업을 본인이 직접 맡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성이 사업의 전면으로 나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였는데(투표권 조차도 없었던 시대) 퐁샤르당 여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여 오히려 남편이 하던 시절 보다도 더욱더 사업을 번창 시켰다고 한다.

퐁샤르당 여사가 개발한 데고르쥬망 기법을 설명하는 가이드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오느날 샴페인 병 안에 들어 있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인 데고르쥬망을 개발한 것도 퐁샤르당 여사였다고 한다. 그 전까지 샴페인은 병 안에서 2차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효모 찌꺼기를 병에서 쉽게 빼낼 방법이 없어서 잘 가라앉힌 다음 음용 했는데(흡사 막걸리??) 이 방법은 시각적으로도 좋지 못할 뿐더러(샴페인의 묘미 중 하나는 금빛의 맑은 액체에서 터져나오는 버블 아니겠는가?) 맛과 품질 유지의 측면에서도 좋지 못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오느날의 샴페인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뵈브 클리코의 창립자인 것이다.

투어는 생각보다 다채롭게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투어 중 가장 인상 적이었던 파트는 샴페인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각 포도 품종들을 시각, 후각적으로 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했던 장면. 동굴 벽면에 펼쳐지는 영상과 함께 각 포도 품종별 향기와 그 포도 원액들을 블랜딩해 만들어지는 샴페인의 향을 직접 공간에 분사해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역시 LVMH의 클라스란 이런 것인가..) 물론 그 향기가 실제 포도나 샴페인의 향기와 어느정도 거리감은 있었지만(다소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듦) 나 같은 샴페인 초보자들도 차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느끼고 이해 할 수 있었다.

원래 일반적인 투어에서는 가이드만 들고다니고 투어 참가자에게 테블릿을 제공하지 않는 것 같지만, 운 좋게도(?) Private Tour로 시작 했기 때문에(결국 중간에 지각한 영국 가족도 합류했다) 테블릿을 제공 받아 컨텐츠를 살펴보는 기회가 쏠쏠했다. 테블릿 내에 동굴의 지도가 그려져있고 투어를 진행하며 동굴을 이동 할 때마다 동굴 벽면에 적혀진 고유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동굴에서 진행될 투어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제공되는 방식.

투어의 묘미는 역시 시음 시간. 일반적인 뵈브 클리코의 Yellow Label (이것도 숙성 기간이 좀 더 긴 한정판이긴 했다)과 2012 Vintage의 Rose 를 비교 시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제공하고 어떤 샴페인이 좀 더 복합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런지에 대해 각자 논의 하는 시간.

출구로 나가는 계단

출구로 나가는 계단에는 연도가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는 포도의 작황이 좋아 해당 년도의 포도만을 가지고 Vintage 샴페인을 만드는 경우 계단에 하나씩 표기를 한다고 한다. 샴페인의 경우 여러해에 걸친 포도를 이용하여 만든 와인을 혼합하여 제조하는 Non Vintage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지금도 그게 더 일반적이다), Vintage 방식의 샴페인을 선도적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도 뵈브 클리코 여사 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샴페인 역사에 있어서 여러모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볼 수 밖에.

살거면 사고 말려면 말아 였던 떼땅져와 다르게 뵈브클리코는 투어를 마친 이후 유료로 추가 시음도 가능했고, 특유의 노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굿즈들을 열심히 팔고 있었다.

명품은 안사도 술은 못참지. 뵈브클리코 포인트가 들어간 샴페인 잔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고, 2012년 빈티지 샴페인의 가격도 국내 대비 합리적인 편이라(58유로) 캐리어가 무거워짐을 감수하고 샴페인 한병과 잔 2개를 구매했다.

이로서 랭스 여행의 목적이었던 샴페인 투어 2곳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파리에서 랭스로 이동하는 것이 3일이라는 짧은 자유 시간 동안 나름의 큰 투자였지만 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술이 만들어지는 곳을 방문하는 것은 늘 즐겁고 짜릿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이전 떼땅져 방문기 편을 보고 싶다면 :

랭스(Reims) 샴페인 와이너리 / 셀러 투어 방문기 1- 샴페인 떼땅져(TAITTINGER)

랭스(Reims) 샴페인 와이너리 / 셀러 투어 방문기 1- 샴페인 떼땅져(TAITTINGER)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와인과 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다고 볼 순 없지만, 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높다. 크래프트 맥주로 시작해서 위스키, 와인 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서도 열심히 마시고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를 여행하면서 여행하는 도시나 그 도시의 인근 지역이 유명한 술을 생산하는 곳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꼭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나 브루어리(맥주 양조장) 혹은 디스틸러리(고도주 증류소) 투어를 신청하여 다녀오곤 했다. 그렇게 다녀온 곳들이 벌써 대략 10곳 이상.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고서 이렇게 여러곳을 다녀온 한국인은 아마 드물지 않을까?

매번 방문시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인터넷 상에서는 방문과 관련된 정보가 극 소수 이기 때문에 혹시 나처럼 방문을 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간의 술 생산지 방문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파리에서 열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 박람회 2022 SIAL PARIS에 회사 부스를 운영하게 되어 약 10일간 프랑스에 머무르게 되었다. 첫 7일간은 박람회 운영 준비와 실제 바이어 상담 등으로 파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박람회를 마치고 부터 약 3일간은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샴페인을 생산하는 샹파뉴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랭스(Reims, 프랑스에서는 랭스라고 발음 하지 않지만 한국어 표기는 모두 랭스로 되어 있어서 랭스로 통일)로 이동했다.

랭스로 이동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리 동역(Paris Gare de l’Est)으로 이동하여 TGV inOui 기차를 탑승하는것. 약 40분 정도 소요되며, 기차는 고속철도의 강국 프랑스 답게 우리나라의 KTX/SRT 만큼이나 쾌적하다. 기차표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는게 기본이며 나 같은 경우는 시간대를 잘 고를 경우 일반석(Second Class)의 경우 31유로, 일등석의 경우 33유로 정도에 티켓을 구매 할 수 있었다. 짐이 많고 좀도둑들이 기승을 부리는 프랑스 이기 때문에 왕복 모두 조금 더 지불하여 일등석을 이용하였다.

샴페인 투어가 두개나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1박을 랭스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랭스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Ibis Reims Centre로 숙소를 잡았다. 역 개찰구에서 거의 3분 미만의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파리를 오갈 때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투어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방문했던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에 있는 그것과 같은 이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랭스의 대성당이 더 크고 아름다워 보였다.(물론 파리 노트르담의 경우 화재 사고로 복원이 진해 중이지만)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드디어 방문한 떼땅져. 대성당을 기준으로 랭스의 남쪽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FIFA WOMEN’S WORDCUP 후원 기념 포스터

떼땅져는 여러 예술가 들을 후원하고, 그들과 협업하여 한정판 보틀 디자인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위 작품은 로비에 걸려있던 FIFA 여성 월드컵을 후원 기념 포스터. 떼땅져의 경우 투어를 시작하기전에 약 15분정도 떼땅져의 역사와 샴페인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시작한다. 사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투어를 시작하기전에 관련 배경지식을 어느정도 가지게 해준다는 측면에선 효율적인 방식 인듯.

오늘의 투어 가이드

투어는 영어/불어 중 선택 가능하고 각 시간대별로 인원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반드시 미리 에약을 하고 오는 것이 좋다.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은 한 것 같지만, 도착 했는데 남는 자리가 없다면 낭패. 더불어 시음하는 샴페인이 종류와 잔 수에 따라서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맛보고 싶은 샴페인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티켓을 구매하면 되겠다. 나는 투어에서는 가급적 가장 좋은 종류의 술을 먹어봐야 가격에 따른 맛과 품질의 차이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가장 높은 등급의 티켓을 구매하는 편(기본 라인업인 Brut Reserve와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인 Comtes de Champagne Blanc을 맛볼 수 있는 L’ Instant Signe 선택)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대부분 샴페인 투어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샴페인 와이너리’ 등으로 검색하여 투어와 관련된 정보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랭스 및 샹파뉴 지방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샴페인 투어의 경우 ‘와이너리’ 투어가 아닌 ‘숙성고(Cellar)’ 투어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하나의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양조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스틸 와인과 다르게 탄산을 만들어야하는 샴페인의 경우 병입 후 숙성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와이너리 보다는 숙성고 투어가 오히려 샴페인이라는 술을 설명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닐까?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 숙성고

이 지역의 유명 샴페인 생산자들의 경우 대부분(전부는 아니다) 떼땅져와 같이 깊은 지하동굴로 이루어진 자체 숙성고를 가지고 있다. 이 지하동굴의 경우 분필과 같은 다공성의 백암(Chalk) 암반 밑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과거에는 백암을 채취하기 위해 형성된 일종의 광산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굴 천장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 과 같이 굴뚝 형으로 되어 있으며 벽면에는 과거에 돌을 채취하기 위해 사용 했던 도구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떼땅져의 경우 지하에 약 10~15km 에 달하는 동굴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며, 투어에서 방문하는 곳은 그러한 동굴 중 한정된 일부 구역이다. 우리의 친절한 가이드는, 미리 정해진 동선대로 동굴의 각 영역들을 방문하며 샴페인의 역사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 약 30여분간 설명을 이어간다.

사실 모든 투어 참여자가 가장 기대하고, 투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음 시간.

샴페인은 맛있는 온도로 충분히 칠링되어 있고, 투어 종료에 맞게 모두 잔에 따라져있다. 투어 시작 전 리셉션에서 받은 본인의 티켓을 제출하면 티켓의 가격대에 맞는 샴페인을 내어주는 시스템.

나는 기본 라인업인 Brut Reserve와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인 Comtes de Champagne Blanc을 맛볼 수 있는 L’ Instant Signe를 선택 했기 때문에 두 잔의 샴페인을 손에 들었다.

샴페인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두 샴페인 모두 떼땅져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풍미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가 라인업인 Comtes de Champagne Blanc의 경우 그랑 크뤼 등급의 밭에서 생산된 100% 샤도네이 품종만을 사용하여, 첫번째 착즙한 포도쥬스로만 만들며, 빈티지가 좋은 년도에만 출시된다는 장황한 설명에 어울릴만큼 시트러스와 꽃향, 위스키를 연상 시키는 부드라운 바닐라 향 까지 누가 먹어도 좋은 샴페인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라서 매우 만족스러운 시음이었다.

현장 판매가격

일반 라인업의 가격 차이는 대략 5~6배 정도? 원래 맛보고 나서 만족스러우면 현장에서 한병 구매할까 생각하였으나 긴 출장 기간동안 점점 무거워지는 캐리어와 파리 내 백화점이나 주류판매점 대비 가격 매리트가 커보이지 않아서 구매는 생력하기로 했다. 뒤에 방문할 뵈브 클리코는 LVMH의 브랜드 답게 굿즈나 샴팡 판매에 열정적이어 보였으나, 떼땅져의 경우 그냥 관심있으면 사고 아니면 말아라 하는 식이라서 크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했고..

약 15분간 시음시간을 가지고, 떼땅져 샴페인 투어는 이렇게 마무리 했다. 주변 식당에서 샴페인 한잔과 함께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다시 두번째 샴페인 하우스인 뵈브 클리코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