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Le voyage vers l'alcool - 술을 위한 여행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1편

작년 5월 결혼식을 마치고 이탈리어로 떠났던 허니문 여행. 결혼식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먹고 마시는 것엔 진심인 커플이 미식과 와인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와이너리 투어 만큼은 제대로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이탈리아 숙박 일정중 하루를 이탈리아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토스카나 와이너리에 배정하기로 결정 하였다. (사실 운전 걱정 없이 와이너리 투어에서 와인 실컷 마시려고) 토스카나 지방에서 숙박이 가능한 와이너리는 몇군데가 있었는데, 예약이 어렵거나 너무 비싸거나(반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위치와 예산이 합리적인 곳을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끼안띠(Chianti)지방의 그레이브(Greve) 에 위치한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i Verrazzano)“ 와이너리에서 투어 및 숙박을 하기로 결정 하였다.

와이너리 초입에 위치한 숙소

베라짜노 와이너리 투어와 숙박은 별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예약을 진행하면된다. 베라짜노에서의 숙박은 Agritourism 이라는 명칭으로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흔히 ‘농가숙박’으로 알려진 형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탈리아의 여느 와이너리들 처럼 산 비탈을 따라서 실제로 경작 중인 와이너리 소유의 포도밭이 형성되어있는데, 그 비탈 초입에 실제 과거에 포도밭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법한 아담한 주택이 위치하고 있다.

역시 모든 와이너리 투어의 시작은 역사 설명 부터 ㅎㅎ

베라짜노 와이너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 비탈 위에 있는 성(Castello = Castle)이었으며, 그 옛날 에르투아인 시절 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Verrazzano라는 이름은 7세기에 이 성을 소유하게 된 Verrazzano 가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현재는 Cappellini 가족이 성을 소유하고 있지만 1150년경 부터 와인을 양조해온 전통을 존중하여 현재까지도 Verrazzano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해왔다고 한다.

비탈을 따라 형성된 포도밭

투어 초반부에는 비탈을 따라 형성된 광활한 포도밭을 바라보며 포도 농사에 대해 설명하는데, 굳이 가이드의 열정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잘 관리된 포도밭의 모습과 환상적인 날씨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역시나 좋은 포도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떼루아의 힘)

와이너리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코르크 장식물
끼안띠 클라시코에만 부착 할 수 있는 ‘검은 수탉’ 로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대부분은 그 유명한 ‘끼안띠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이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이탈리아 3대 와인 산지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대표격인 레드 와인이며, 끼안띠 클라시코는 끼안띠 와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제조 기준(품종, 제조방식, 숙성 기간 등)과 전통의 방식을 보존한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1932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인증을 받은 최초의 와인이기도 하다.

열일 하시는 베라짜노 가이드

포도밭 구경을 마친 이후엔 성 안쪽의 와인 숙성고(셀러) 쪽으로 이동하여 먼저 베라짜노가 가지고 있는 포도밭의 토양 특성, 기후 등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언덕의 고도에 따라 토양의 특성이 달라지고 기후 역시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포도 농사를 짓는다고. 끼안띠 클라시코의 주 재료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산미가 높은편이고 중간 이상의 타닌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DOCG를 통해 인증된 끼안띠 클라시코의 생산자들

다음은 와인의 생산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와인 발효조들이 위치한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많은 내용들을 설명 해주었지만, 결국 전통 방식에 대한 집념과 품질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는 설명이었다. 베라짜노가 유명한 생산자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끼안띠 클라시코 인증을 받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수많은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샴페인이라는 분류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듯,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끼안띠 클라시코를 선택한다면 적어도 실패는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라짜노에서는 와인뿐만이 아니라 전통 방식으로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한 발사믹 제품도 생산한다. 전통 방식의 발사믹은 최소 12년 이상 숙성 시키는게 원칙이기 때문에 매년 증발로 인한 엔젤스 쉐어가 많은 편이고 그래서 증발 기간에 따라 보통 오크통의 사이즈를 줄여가며 숙성한다고 한다.(그래서 왠만한 와인보다도 제대로 만든 발사믹이 더 비싸다)

여기까지가 투어였고, 글이 너무 길어지니 투어 이후 시음&식사와 숙박편은 2편에 이어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