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Le voyage vers l'alcool - 술을 위한 여행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2편

이 글은 아래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1편

약 1시간 남짓의 와이너리 투어가 끝난 이후 시작된 와인 시음 및 점심 식사 시간. 자리마다 세팅되어 있는 와인잔을 보며, 얼마나 많은 와인을 서브해줄까 기대하게 되는 시간

오늘 마시게될 와인 들. 왼쪽 부터 차례로 산지오베제를 이용해 만든 로제 스파클링 / 가장 기본적인 라인업인 베라짜노 끼안띠 클라시코 / 좀 더 엄격한 규정으로 생산된 고품질 와인이라고 볼 수 있는 리제르바(Reserva) / 최상급 이라고 볼 수 있는 그랑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역시 술은 이렇게 동일한 계열의 제품들을 등급에 따라 버티컬 테이스팅 해봐야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는 법. 기본 라인업과 리제르바, 그랑 셀레지오네 모두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높은 등급으로 갈 수록(즉, 비쌀 수록) 맛과 풍미의 깊이가 미묘하게 달라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조리기법 보다는 원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 토스카나 지방의 요리 스타일을 잘보여주는 빵. 질좋은 올리브유와 잘 구운 빵이면 왠만한 전채 요리 못지 않다.

이어서 준비되는 이탈리안 샤퀴테리 플레이트와 치즈. 대부분 와이너리 근처에서 직접 생산되는 제품들이라고 하며, 모두 맛이 좋았지만 돼지 전지 혹은 목살로 추정되는 생햄의 맛이 인상적이었다.(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가운데)

역시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최대화 시키며, 조리의 방식에 있어서는 심플함이 돋보이는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 특별할 것 없는 요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 토마토가 가지는 깊은 감칠맛에 다시 한번 감탄(이탈리아에서 토마토 먹다가 한국의 토마토를 먹으면 너무 싱겁다…)

숯불에서 구워진 오늘의 단백질. 폭립과 초리조, 구운 감자의 조합으로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끼안띠 클라시코와의 페어링이 최상이었다.

와이너리 투어 마지막에 구경했던 진짜 발사믹도 한 스푼. 슬슬 식사의 마무리 단계로 나아간다.

찐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제공된 오늘의 디저트. 다소 투박한 이탈리아 스타일의 비스코티와 과일 타르트. 사실 이쯤되니 취기가 오르기도 하고 배도 불러서 ㅎㅎ 절반은 남긴듯.

마지막엔 그라빠도 한잔. 그라빠는 와인을 만들고 난 후 남은 과육, 껌질, 씨앗, 줄기 등의 포도 찌꺼기(Pormace)로 만든 이탈리아 고유의 증류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식후 주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높은 알콜 도수에 비하여 투명한 색깔과 브랜디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즐거웠던 식사 시간.

마지막으로 오늘의 식사 장소 풍경. 커플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듯 했고, 음식이 모두 제공된 이후에도 각자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다가 일어나면 되는 시스템이라서 좋았다.

포도 밭 중간에 위치한 베라짜노 농가 민박 장소의 아름다운 정원

이렇게 와이너리 투어와 식사가 끝나고, 약간은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숙박 장소로 향했다. 베라짜노 와이너리 초입에 위치해있는 이곳 숙박장소에 체크인 하기까지 베라짜노 담당 직원가 만나지를 못하여 사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0여분 만에 어찌저찌 체크인 성공. 숙소 앞의 아름다운 정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정원에 앉아서 잠깐의 여유도 누려 본다. 건너편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또다른 성. 아마 저곳도 지금은 와이너리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숙소 외관. 오래된 이탈리아 농촌 주택을 게스트 숙박용도로 개조한듯하다. 현대적인 시설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우리가 하루동안 묵을 숙소 내부. 객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청결했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건조한 토스카나 지방 기후 특성 상 천장 실링팬만 켜놔도 충분히 시원했다. 침구 역시 잘 정리되어 있었고 베라짜노 와인 하프바틀 한병과 와인잔도 제공된다.

건물에 다른 숙박객들도 있긴 했지만,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고 준비되어 있는 객실들에 비해 투숙객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일정에 여유가 된다면 며칠동안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 다만, 주변이 정말 시골이고 베라짜노 와이너리 역시 투어에 포함된 식사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식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녁 식사 등은 2~3 km 떨어지 근처 마을까지 직접 이동해서 해결 해야한다는 점은 참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호텔은 아니지만 조식도 제공 된다. 로컬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유제품과 베이커리, 계란 등. 대단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지만, 진짜 이탈리안들의 아침식사 같은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베라짜노 와이너리 투어를 마쳤다. 사실 근방의 안티노리나 끼안띠 지방의 유명한 와이너리 들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이지만, 와이너리 투어와 그에 포함된 식사 및 농가 민박 경험까지 포함하면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곳이라 생각된다. 다음에 끼안띠 지역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