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2편

이 글은 아래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1편

약 1시간 남짓의 와이너리 투어가 끝난 이후 시작된 와인 시음 및 점심 식사 시간. 자리마다 세팅되어 있는 와인잔을 보며, 얼마나 많은 와인을 서브해줄까 기대하게 되는 시간

오늘 마시게될 와인 들. 왼쪽 부터 차례로 산지오베제를 이용해 만든 로제 스파클링 / 가장 기본적인 라인업인 베라짜노 끼안띠 클라시코 / 좀 더 엄격한 규정으로 생산된 고품질 와인이라고 볼 수 있는 리제르바(Reserva) / 최상급 이라고 볼 수 있는 그랑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역시 술은 이렇게 동일한 계열의 제품들을 등급에 따라 버티컬 테이스팅 해봐야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는 법. 기본 라인업과 리제르바, 그랑 셀레지오네 모두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높은 등급으로 갈 수록(즉, 비쌀 수록) 맛과 풍미의 깊이가 미묘하게 달라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조리기법 보다는 원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 토스카나 지방의 요리 스타일을 잘보여주는 빵. 질좋은 올리브유와 잘 구운 빵이면 왠만한 전채 요리 못지 않다.

이어서 준비되는 이탈리안 샤퀴테리 플레이트와 치즈. 대부분 와이너리 근처에서 직접 생산되는 제품들이라고 하며, 모두 맛이 좋았지만 돼지 전지 혹은 목살로 추정되는 생햄의 맛이 인상적이었다.(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가운데)

역시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최대화 시키며, 조리의 방식에 있어서는 심플함이 돋보이는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 특별할 것 없는 요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 토마토가 가지는 깊은 감칠맛에 다시 한번 감탄(이탈리아에서 토마토 먹다가 한국의 토마토를 먹으면 너무 싱겁다…)

숯불에서 구워진 오늘의 단백질. 폭립과 초리조, 구운 감자의 조합으로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끼안띠 클라시코와의 페어링이 최상이었다.

와이너리 투어 마지막에 구경했던 진짜 발사믹도 한 스푼. 슬슬 식사의 마무리 단계로 나아간다.

찐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제공된 오늘의 디저트. 다소 투박한 이탈리아 스타일의 비스코티와 과일 타르트. 사실 이쯤되니 취기가 오르기도 하고 배도 불러서 ㅎㅎ 절반은 남긴듯.

마지막엔 그라빠도 한잔. 그라빠는 와인을 만들고 난 후 남은 과육, 껌질, 씨앗, 줄기 등의 포도 찌꺼기(Pormace)로 만든 이탈리아 고유의 증류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식후 주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높은 알콜 도수에 비하여 투명한 색깔과 브랜디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즐거웠던 식사 시간.

마지막으로 오늘의 식사 장소 풍경. 커플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듯 했고, 음식이 모두 제공된 이후에도 각자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다가 일어나면 되는 시스템이라서 좋았다.

포도 밭 중간에 위치한 베라짜노 농가 민박 장소의 아름다운 정원

이렇게 와이너리 투어와 식사가 끝나고, 약간은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숙박 장소로 향했다. 베라짜노 와이너리 초입에 위치해있는 이곳 숙박장소에 체크인 하기까지 베라짜노 담당 직원가 만나지를 못하여 사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0여분 만에 어찌저찌 체크인 성공. 숙소 앞의 아름다운 정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정원에 앉아서 잠깐의 여유도 누려 본다. 건너편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또다른 성. 아마 저곳도 지금은 와이너리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숙소 외관. 오래된 이탈리아 농촌 주택을 게스트 숙박용도로 개조한듯하다. 현대적인 시설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우리가 하루동안 묵을 숙소 내부. 객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청결했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건조한 토스카나 지방 기후 특성 상 천장 실링팬만 켜놔도 충분히 시원했다. 침구 역시 잘 정리되어 있었고 베라짜노 와인 하프바틀 한병과 와인잔도 제공된다.

건물에 다른 숙박객들도 있긴 했지만,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고 준비되어 있는 객실들에 비해 투숙객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일정에 여유가 된다면 며칠동안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 다만, 주변이 정말 시골이고 베라짜노 와이너리 역시 투어에 포함된 식사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식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녁 식사 등은 2~3 km 떨어지 근처 마을까지 직접 이동해서 해결 해야한다는 점은 참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호텔은 아니지만 조식도 제공 된다. 로컬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유제품과 베이커리, 계란 등. 대단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지만, 진짜 이탈리안들의 아침식사 같은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베라짜노 와이너리 투어를 마쳤다. 사실 근방의 안티노리나 끼안띠 지방의 유명한 와이너리 들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이지만, 와이너리 투어와 그에 포함된 식사 및 농가 민박 경험까지 포함하면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곳이라 생각된다. 다음에 끼안띠 지역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1편

작년 5월 결혼식을 마치고 이탈리어로 떠났던 허니문 여행. 결혼식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먹고 마시는 것엔 진심인 커플이 미식과 와인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와이너리 투어 만큼은 제대로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이탈리아 숙박 일정중 하루를 이탈리아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토스카나 와이너리에 배정하기로 결정 하였다. (사실 운전 걱정 없이 와이너리 투어에서 와인 실컷 마시려고) 토스카나 지방에서 숙박이 가능한 와이너리는 몇군데가 있었는데, 예약이 어렵거나 너무 비싸거나(반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위치와 예산이 합리적인 곳을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끼안띠(Chianti)지방의 그레이브(Greve) 에 위치한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i Verrazzano)“ 와이너리에서 투어 및 숙박을 하기로 결정 하였다.

와이너리 초입에 위치한 숙소

베라짜노 와이너리 투어와 숙박은 별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예약을 진행하면된다. 베라짜노에서의 숙박은 Agritourism 이라는 명칭으로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흔히 ‘농가숙박’으로 알려진 형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탈리아의 여느 와이너리들 처럼 산 비탈을 따라서 실제로 경작 중인 와이너리 소유의 포도밭이 형성되어있는데, 그 비탈 초입에 실제 과거에 포도밭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법한 아담한 주택이 위치하고 있다.

역시 모든 와이너리 투어의 시작은 역사 설명 부터 ㅎㅎ

베라짜노 와이너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 비탈 위에 있는 성(Castello = Castle)이었으며, 그 옛날 에르투아인 시절 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Verrazzano라는 이름은 7세기에 이 성을 소유하게 된 Verrazzano 가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현재는 Cappellini 가족이 성을 소유하고 있지만 1150년경 부터 와인을 양조해온 전통을 존중하여 현재까지도 Verrazzano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해왔다고 한다.

비탈을 따라 형성된 포도밭

투어 초반부에는 비탈을 따라 형성된 광활한 포도밭을 바라보며 포도 농사에 대해 설명하는데, 굳이 가이드의 열정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잘 관리된 포도밭의 모습과 환상적인 날씨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역시나 좋은 포도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떼루아의 힘)

와이너리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코르크 장식물
끼안띠 클라시코에만 부착 할 수 있는 ‘검은 수탉’ 로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대부분은 그 유명한 ‘끼안띠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이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이탈리아 3대 와인 산지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대표격인 레드 와인이며, 끼안띠 클라시코는 끼안띠 와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제조 기준(품종, 제조방식, 숙성 기간 등)과 전통의 방식을 보존한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끼안띠 클라시코는 1932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인증을 받은 최초의 와인이기도 하다.

열일 하시는 베라짜노 가이드

포도밭 구경을 마친 이후엔 성 안쪽의 와인 숙성고(셀러) 쪽으로 이동하여 먼저 베라짜노가 가지고 있는 포도밭의 토양 특성, 기후 등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언덕의 고도에 따라 토양의 특성이 달라지고 기후 역시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포도 농사를 짓는다고. 끼안띠 클라시코의 주 재료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산미가 높은편이고 중간 이상의 타닌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DOCG를 통해 인증된 끼안띠 클라시코의 생산자들

다음은 와인의 생산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와인 발효조들이 위치한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많은 내용들을 설명 해주었지만, 결국 전통 방식에 대한 집념과 품질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는 설명이었다. 베라짜노가 유명한 생산자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끼안띠 클라시코 인증을 받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수많은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샴페인이라는 분류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듯,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끼안띠 클라시코를 선택한다면 적어도 실패는 없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라짜노에서는 와인뿐만이 아니라 전통 방식으로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한 발사믹 제품도 생산한다. 전통 방식의 발사믹은 최소 12년 이상 숙성 시키는게 원칙이기 때문에 매년 증발로 인한 엔젤스 쉐어가 많은 편이고 그래서 증발 기간에 따라 보통 오크통의 사이즈를 줄여가며 숙성한다고 한다.(그래서 왠만한 와인보다도 제대로 만든 발사믹이 더 비싸다)

여기까지가 투어였고, 글이 너무 길어지니 투어 이후 시음&식사와 숙박편은 2편에 이어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카스텔로 디 베라짜노(Castello do Verrazzano) 와이너리 투어 + 숙박 – 2편

랭스(Reims) 샴페인 와이너리 / 셀러 투어 방문기 2-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그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의 입구

떼땅져에서의 즐거운 투어를 마치고, 근방의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과 점심을 먹고 오후 두시반으로 예약된 뵈브 클리코의 셀러 투어를 위해 이동 했다. 뵈브 클리코의 경우 앞서 투어에 참여했던 떼땅져보다 랭스 시내에서 남쪽으로 5~10분거리 더 떨어져 있다.

뵈브 클리코는 돔페리뇽, 모엣샹동과 함께 흔히들 말하는 세계 3대 샴페인으로 불리는 샴페인 브랜드이다. 애초에 전국/세계 N대 라는 식의 표현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지만(그런 표현의 기준이 무엇인지 당최 알수 없다), 샴페인의 경우 약 120여개의 샴페인 메이커 중 상위 20여개의 샴페인 메이커가 전체 생산량의 70%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뵈브 클리코는 생산/판매량 기준으로 최상위에 속하는 브랜드이다.

뵈브클리코는 지금은 명품 재벌(?) LVMH에 인수되어 모엣샹동, 돔페리뇽과 함께 LVMH 산하에서 운영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투어 시작 전부터 LVMH의 브랜딩 파워(?)와 자금력을 체감 할 수 있었다. 투어 장소 전체가 뵈브 클리코 특유의 Yellow Label 색상을 테마로 하여 포인트있게 잘 꾸며져 있었달까.

내가 예약한 영어 투어 예정시각인 오후 2시반이 다 되도록 대기장소에서 아무도 만날 수가 없어, 혹시 장소를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며 데스크에 다시 문의를 했는데 알고보니 나와 동시간대 투어를 예약한 단체 손님(아마도 영국에서 가족 여행 오신 분들인듯)이 지각을 하는 바람에 나와 가이드 단둘이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어색함은 나의 몫)

길고긴 샴페인 숙성 동굴

앞서 방문한 떼땅져와 비슷하게 뵈브 클리코 역시 백암(Chalk) 암반 밑으로 펼쳐진 넓디 넓은 샴페인 숙성고를 가지고 보유하고 있었고, 각 샴페인 숙성고는 과거 백암 체굴을 위해 굴뚝 모양으로 다듬어진 모양새였다. 오늘의 투어 가이드에게 떼땅져 투어를 이미 다녀왔다고 말했더니, 떼땅져와 유사한 숙성고 이지만 그 규모는 자기네가 훨씬 크다고. 숙성고의 총 길이가 25km 정도로 랭스지방에선 가장 넓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뵈브 클리코가 이 숙성고에서 숙성과정을 거친다고, 너가 마셔본 모든 뵈브 클리코 bottle이 여기서 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 규모를 짐작 해볼 수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뵈브 클리코의 원래 이름은 ‘뵈브’ 클리코가 아니였다고 한다. 원래는 샹파뉴 지역에서 직물 유통업을 하던 필립 클리코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필립 클리코는 직물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했고 와인 생산업은 부업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 같은 지역의 니콜라 퐁샤르당이라는 사업가 역시 직물 사업을 했는데, 이 둘이 친분이 두터웠는지 가 자녀들을 결혼시키면서 사업적 제휴관계도 발전 시켜왔다. 그래서 니콜라 퐁샤르당의 딸 바르브-니콜 퐁샤르당과 필립 클리코 가문의 프랑수아 클리코가 결혼했는데, 당시 바르브-니콜 퐁샤르당은 겨우 21살이었다고 한다.

결혼 후 아들 프랑수아는 사업을 잘 번창시켜 나갔고 그래서 아버지 필립은 아들에게 경영을 물려주고 은퇴했다. 특히 처음에는 주력이 아닌 부업 정도였던 와인 생산 쪽이 프랑수아가 경영을 맡으면서 사업이 잘 되어서 오히려 주력 사업 으로 올라설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6년 만에 남편이 갑자기 앓기 시작하더니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며칠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 바람에 퐁샤르당 여사는 27살의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그래서 브랜드에 ‘미망인, 과부’라는 뜻의 뵈브(Veuve)가 붙은 것.

퐁샤르당 여사는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편이 일구어온 와인 사업을 본인이 직접 맡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성이 사업의 전면으로 나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였는데(투표권 조차도 없었던 시대) 퐁샤르당 여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여 오히려 남편이 하던 시절 보다도 더욱더 사업을 번창 시켰다고 한다.

퐁샤르당 여사가 개발한 데고르쥬망 기법을 설명하는 가이드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오느날 샴페인 병 안에 들어 있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인 데고르쥬망을 개발한 것도 퐁샤르당 여사였다고 한다. 그 전까지 샴페인은 병 안에서 2차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효모 찌꺼기를 병에서 쉽게 빼낼 방법이 없어서 잘 가라앉힌 다음 음용 했는데(흡사 막걸리??) 이 방법은 시각적으로도 좋지 못할 뿐더러(샴페인의 묘미 중 하나는 금빛의 맑은 액체에서 터져나오는 버블 아니겠는가?) 맛과 품질 유지의 측면에서도 좋지 못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오느날의 샴페인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뵈브 클리코의 창립자인 것이다.

투어는 생각보다 다채롭게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투어 중 가장 인상 적이었던 파트는 샴페인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각 포도 품종들을 시각, 후각적으로 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했던 장면. 동굴 벽면에 펼쳐지는 영상과 함께 각 포도 품종별 향기와 그 포도 원액들을 블랜딩해 만들어지는 샴페인의 향을 직접 공간에 분사해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역시 LVMH의 클라스란 이런 것인가..) 물론 그 향기가 실제 포도나 샴페인의 향기와 어느정도 거리감은 있었지만(다소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듦) 나 같은 샴페인 초보자들도 차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느끼고 이해 할 수 있었다.

원래 일반적인 투어에서는 가이드만 들고다니고 투어 참가자에게 테블릿을 제공하지 않는 것 같지만, 운 좋게도(?) Private Tour로 시작 했기 때문에(결국 중간에 지각한 영국 가족도 합류했다) 테블릿을 제공 받아 컨텐츠를 살펴보는 기회가 쏠쏠했다. 테블릿 내에 동굴의 지도가 그려져있고 투어를 진행하며 동굴을 이동 할 때마다 동굴 벽면에 적혀진 고유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동굴에서 진행될 투어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제공되는 방식.

투어의 묘미는 역시 시음 시간. 일반적인 뵈브 클리코의 Yellow Label (이것도 숙성 기간이 좀 더 긴 한정판이긴 했다)과 2012 Vintage의 Rose 를 비교 시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제공하고 어떤 샴페인이 좀 더 복합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런지에 대해 각자 논의 하는 시간.

출구로 나가는 계단

출구로 나가는 계단에는 연도가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는 포도의 작황이 좋아 해당 년도의 포도만을 가지고 Vintage 샴페인을 만드는 경우 계단에 하나씩 표기를 한다고 한다. 샴페인의 경우 여러해에 걸친 포도를 이용하여 만든 와인을 혼합하여 제조하는 Non Vintage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지금도 그게 더 일반적이다), Vintage 방식의 샴페인을 선도적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도 뵈브 클리코 여사 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샴페인 역사에 있어서 여러모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볼 수 밖에.

살거면 사고 말려면 말아 였던 떼땅져와 다르게 뵈브클리코는 투어를 마친 이후 유료로 추가 시음도 가능했고, 특유의 노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굿즈들을 열심히 팔고 있었다.

명품은 안사도 술은 못참지. 뵈브클리코 포인트가 들어간 샴페인 잔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고, 2012년 빈티지 샴페인의 가격도 국내 대비 합리적인 편이라(58유로) 캐리어가 무거워짐을 감수하고 샴페인 한병과 잔 2개를 구매했다.

이로서 랭스 여행의 목적이었던 샴페인 투어 2곳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파리에서 랭스로 이동하는 것이 3일이라는 짧은 자유 시간 동안 나름의 큰 투자였지만 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술이 만들어지는 곳을 방문하는 것은 늘 즐겁고 짜릿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이전 떼땅져 방문기 편을 보고 싶다면 :

랭스(Reims) 샴페인 와이너리 / 셀러 투어 방문기 1- 샴페인 떼땅져(TAITTINGER)

랭스(Reims) 샴페인 와이너리 / 셀러 투어 방문기 1- 샴페인 떼땅져(TAITTINGER)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와인과 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다고 볼 순 없지만, 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높다. 크래프트 맥주로 시작해서 위스키, 와인 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서도 열심히 마시고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를 여행하면서 여행하는 도시나 그 도시의 인근 지역이 유명한 술을 생산하는 곳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꼭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나 브루어리(맥주 양조장) 혹은 디스틸러리(고도주 증류소) 투어를 신청하여 다녀오곤 했다. 그렇게 다녀온 곳들이 벌써 대략 10곳 이상.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고서 이렇게 여러곳을 다녀온 한국인은 아마 드물지 않을까?

매번 방문시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인터넷 상에서는 방문과 관련된 정보가 극 소수 이기 때문에 혹시 나처럼 방문을 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간의 술 생산지 방문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파리에서 열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 박람회 2022 SIAL PARIS에 회사 부스를 운영하게 되어 약 10일간 프랑스에 머무르게 되었다. 첫 7일간은 박람회 운영 준비와 실제 바이어 상담 등으로 파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박람회를 마치고 부터 약 3일간은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샴페인을 생산하는 샹파뉴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랭스(Reims, 프랑스에서는 랭스라고 발음 하지 않지만 한국어 표기는 모두 랭스로 되어 있어서 랭스로 통일)로 이동했다.

랭스로 이동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리 동역(Paris Gare de l’Est)으로 이동하여 TGV inOui 기차를 탑승하는것. 약 40분 정도 소요되며, 기차는 고속철도의 강국 프랑스 답게 우리나라의 KTX/SRT 만큼이나 쾌적하다. 기차표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는게 기본이며 나 같은 경우는 시간대를 잘 고를 경우 일반석(Second Class)의 경우 31유로, 일등석의 경우 33유로 정도에 티켓을 구매 할 수 있었다. 짐이 많고 좀도둑들이 기승을 부리는 프랑스 이기 때문에 왕복 모두 조금 더 지불하여 일등석을 이용하였다.

샴페인 투어가 두개나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1박을 랭스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랭스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Ibis Reims Centre로 숙소를 잡았다. 역 개찰구에서 거의 3분 미만의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파리를 오갈 때 시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투어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방문했던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에 있는 그것과 같은 이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랭스의 대성당이 더 크고 아름다워 보였다.(물론 파리 노트르담의 경우 화재 사고로 복원이 진해 중이지만)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랭스(REIMS) 남쪽에 위치한 TAITTINGER CELLAR Visit Center 입구

드디어 방문한 떼땅져. 대성당을 기준으로 랭스의 남쪽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FIFA WOMEN’S WORDCUP 후원 기념 포스터

떼땅져는 여러 예술가 들을 후원하고, 그들과 협업하여 한정판 보틀 디자인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위 작품은 로비에 걸려있던 FIFA 여성 월드컵을 후원 기념 포스터. 떼땅져의 경우 투어를 시작하기전에 약 15분정도 떼땅져의 역사와 샴페인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시작한다. 사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투어를 시작하기전에 관련 배경지식을 어느정도 가지게 해준다는 측면에선 효율적인 방식 인듯.

오늘의 투어 가이드

투어는 영어/불어 중 선택 가능하고 각 시간대별로 인원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반드시 미리 에약을 하고 오는 것이 좋다.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은 한 것 같지만, 도착 했는데 남는 자리가 없다면 낭패. 더불어 시음하는 샴페인이 종류와 잔 수에 따라서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맛보고 싶은 샴페인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티켓을 구매하면 되겠다. 나는 투어에서는 가급적 가장 좋은 종류의 술을 먹어봐야 가격에 따른 맛과 품질의 차이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가장 높은 등급의 티켓을 구매하는 편(기본 라인업인 Brut Reserve와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인 Comtes de Champagne Blanc을 맛볼 수 있는 L’ Instant Signe 선택)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대부분 샴페인 투어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샴페인 와이너리’ 등으로 검색하여 투어와 관련된 정보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랭스 및 샹파뉴 지방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샴페인 투어의 경우 ‘와이너리’ 투어가 아닌 ‘숙성고(Cellar)’ 투어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하나의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양조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스틸 와인과 다르게 탄산을 만들어야하는 샴페인의 경우 병입 후 숙성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와이너리 보다는 숙성고 투어가 오히려 샴페인이라는 술을 설명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닐까?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 숙성고

이 지역의 유명 샴페인 생산자들의 경우 대부분(전부는 아니다) 떼땅져와 같이 깊은 지하동굴로 이루어진 자체 숙성고를 가지고 있다. 이 지하동굴의 경우 분필과 같은 다공성의 백암(Chalk) 암반 밑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과거에는 백암을 채취하기 위해 형성된 일종의 광산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굴 천장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 과 같이 굴뚝 형으로 되어 있으며 벽면에는 과거에 돌을 채취하기 위해 사용 했던 도구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떼땅져의 경우 지하에 약 10~15km 에 달하는 동굴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며, 투어에서 방문하는 곳은 그러한 동굴 중 한정된 일부 구역이다. 우리의 친절한 가이드는, 미리 정해진 동선대로 동굴의 각 영역들을 방문하며 샴페인의 역사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 약 30여분간 설명을 이어간다.

사실 모든 투어 참여자가 가장 기대하고, 투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음 시간.

샴페인은 맛있는 온도로 충분히 칠링되어 있고, 투어 종료에 맞게 모두 잔에 따라져있다. 투어 시작 전 리셉션에서 받은 본인의 티켓을 제출하면 티켓의 가격대에 맞는 샴페인을 내어주는 시스템.

나는 기본 라인업인 Brut Reserve와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인 Comtes de Champagne Blanc을 맛볼 수 있는 L’ Instant Signe를 선택 했기 때문에 두 잔의 샴페인을 손에 들었다.

샴페인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두 샴페인 모두 떼땅져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풍미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가 라인업인 Comtes de Champagne Blanc의 경우 그랑 크뤼 등급의 밭에서 생산된 100% 샤도네이 품종만을 사용하여, 첫번째 착즙한 포도쥬스로만 만들며, 빈티지가 좋은 년도에만 출시된다는 장황한 설명에 어울릴만큼 시트러스와 꽃향, 위스키를 연상 시키는 부드라운 바닐라 향 까지 누가 먹어도 좋은 샴페인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라서 매우 만족스러운 시음이었다.

현장 판매가격

일반 라인업의 가격 차이는 대략 5~6배 정도? 원래 맛보고 나서 만족스러우면 현장에서 한병 구매할까 생각하였으나 긴 출장 기간동안 점점 무거워지는 캐리어와 파리 내 백화점이나 주류판매점 대비 가격 매리트가 커보이지 않아서 구매는 생력하기로 했다. 뒤에 방문할 뵈브 클리코는 LVMH의 브랜드 답게 굿즈나 샴팡 판매에 열정적이어 보였으나, 떼땅져의 경우 그냥 관심있으면 사고 아니면 말아라 하는 식이라서 크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했고..

약 15분간 시음시간을 가지고, 떼땅져 샴페인 투어는 이렇게 마무리 했다. 주변 식당에서 샴페인 한잔과 함께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다시 두번째 샴페인 하우스인 뵈브 클리코로 이동.